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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6일 월요일 08:17

[기자수첩] 노인 3명 중 1명이 빈곤층…기초연금, 이대로 괜찮나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소득 하위 70% 일률 지원의 한계…재정 효율성과 노후 소득보장 함께 고민할 때 노인빈곤율 35.9%, 전체 평균의 두 배 넘어…연금 인상보다 지원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기자수첩] 노인 3명 중 1명이 빈곤층…기초연금, 이대로 괜찮나

우리나라 노인 3명 중 1명은 빈곤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율은 한국 경제의 오랜 과제다.

세계적인 경제 규모와 산업 경쟁력을 갖춘 나라에서 노년층의 상당수가 기본적인 생활을 걱정해야 한다는 현실은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의 노후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35.9%에 달했다. 전체 가구 평균인 15.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중위소득 30% 이하의 극빈층이 14.2%, 30~40% 미만이 11.9%, 40~50% 미만이 9.8%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노인빈곤층 내부에서도 경제적 형편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노인이 있는가 하면, 매달 일정 금액만 추가로 확보하면 빈곤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인도 적지 않다. 같은 빈곤층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처방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중위소득 40~50% 구간에 속한 노인들이 빈곤선인 월 163만9000원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중간값 기준 월 17만7000원이었다.

이들에게 적절한 소득 지원이 이뤄진다면 비교적 적은 재정 투입으로 빈곤 상태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지급액에 차이가 있지만, 빈곤의 정도를 세밀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 형편이 크게 다른 노인들이 유사한 금액을 지원받는다면 정작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 충분한 재원이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소득이 빈곤선보다 조금 높다는 이유만으로 노후 생활이 안정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비와 주거비 부담, 국민연금 수급 여부 등을 고려하면 명목상 소득이 비슷하더라도 실제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지급액 인상이나 대상 축소를 넘어 소득 수준과 생활 여건에 맞춰 지원의 강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저소득층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이른바 '하후상박' 원칙을 강화하되, 소득 구간에 따라 혜택이 급격히 줄어드는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노인 일자리 정책과의 연계 역시 중요하다. 현재 일부 저소득 노인은 일을 통해 소득을 올리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문제에 직면한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만큼 복지급여가 감소한다면 경제활동을 지속할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인에게 일을 권하면서 실제로는 일할수록 지원이 줄어드는 구조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반면 건강 문제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고령층에게 일자리 확대만을 해법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는 소득보장과 의료비 지원, 돌봄서비스가 우선이다.

일정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노인에게는 주택연금 등 자산을 활용한 노후 소득 확보 방안을 안내하는 등 계층별 접근도 필요하다.

문제는 재정이다. 고령인구 증가로 기초연금을 비롯한 노후 소득보장 지출은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재정이 무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노인에게 지급액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방식은 재정 부담에 비해 빈곤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청장년층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고려하면 지원 확대에 앞서 재원 조달과 정책 효과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기초연금은 단순히 노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노후의 최소한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따라서 제도의 성과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노인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빈곤은 더 이상 복지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장과 연금제도, 국가 재정과 세대 간 부담이 맞물린 구조적 경제 문제다.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하면서도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제 기초연금 논의의 중심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실질적으로 빈곤을 줄일 수 있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것, 그것이 노인빈곤 해소와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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