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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1일 일요일 22:40

[기자수첩]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벌어온 돈”…821조 슈퍼예산, 어디에 쓰이나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반도체 호황에 정부 수입 급증…162조 미래대응기금 신설 미래 성장 투자냐 국가채무 축소냐…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쏠린 눈

[기자수첩]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벌어온 돈”…821조 슈퍼예산, 어디에 쓰이나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나선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총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크게 늘어난 재정 수입을 청년 지원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발전, 교육·인재 양성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기금 전체가 당장 지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45조4000억원을 주요 사업에 투자하고, 상당 부분은 향후 재정 수요에 대비한 여유 재원으로 남겨둔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하는 배경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지금 세수가 늘었다고 해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거나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 언제든 세입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미래 성장산업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특히 AI와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과 산업 기반 확충을 미루기도 어렵다.

문제는 재정의 효율성이다. 국가가 미래 산업에 투자한다는 명분만으로 모든 지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 대상의 성장 가능성과 사업의 실효성, 기존 예산과의 중복 여부까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국가채무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새로운 지출에 활용하기보다 국채 발행을 줄이고 국가채무 부담을 낮추는 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측 모두 경제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재정 여력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미래 세수를 늘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국가채무 부담을 낮추는 것은 향후 경기침체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반도체 호황에 대한 한국 경제의 높은 의존도다. 특정 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수출과 기업이익은 물론 정부 세수까지 크게 늘어나는 구조는 그만큼 해당 산업의 경기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수입은 현재의 성과를 소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산업구조를 다변화하며, 미래 세대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오는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둔 국회의 예산안 심사도 단순한 증액과 삭감 경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투자 효과와 재원 운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회는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값진 기회다. 그러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821조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만들어낼 미래다. 반도체가 벌어온 세금이 또 다른 성장산업을 키우는 종잣돈이 될지, 일시적인 재정 확대에 그칠지는 결국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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