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9일 수요일 01:16
“HBM까지 노린다”…해외 기술유출 절반 이상 中으로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지난해 적발 33건 중 18건 중국행…반도체·배터리 핵심기술 표적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술을 노린 해외 기술유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으로 향한 사례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 33건 가운데 중국으로 유출된 사례는 18건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유출된 기술 가운데 반도체가 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등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가 주요 표적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SK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꼽힌다.
중국 국적의 SK하이닉스 전 직원 A씨는 2022년 퇴사 직전 반도체 불량률을 낮추는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 등을 포함한 자료 약 4000장을 출력해 반출한 뒤 중국 화웨이로 이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국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징역 5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첨단 반도체 기술을 겨냥한 유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SK하이닉스 전 직원 B씨는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으로 이직하기 위해 이미지센서(CIS) 관련 영업비밀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자료 등을 빼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관련 자료를 출력하거나 태블릿PC로 촬영하고 일부 내용을 중국 기업에 제출할 이력서 작성 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심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유지했다.
최근 기술유출 방식은 더욱 교묘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이 국내 핵심 연구인력에게 기존보다 몇 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직접 영입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국내에 R&D 센터나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정상적인 이직처럼 꾸며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여러 단계의 투자회사를 거쳐 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면서 실제 중국 자본의 존재를 숨기는 방식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겉으로는 국내 기업이나 연구개발 회사에 취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해외 기업으로 이전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자문을 가장해 기술인력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링크트인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 연구원에게 접근한 뒤 처음에는 일반적인 시장 동향이나 공개 정보를 묻고 자문료를 지급하다가 점차 구체적인 공정 정보나 기업 내부 자료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대학과 연구기관도 기술유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동연구나 연구자·유학생 교류를 명분으로 첨단 기술과 연구 결과에 접근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 기업뿐 아니라 대학 연구실에서도 공동연구 상대방과 참여자의 배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라우드와 인터넷 기반 협업이 일상화되면서 기술유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USB나 서류를 직접 들고나가지 않더라도 온라인 저장공간 등을 이용해 대량의 자료를 외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분야는 공정과 수율 정보 자체가 막대한 가치를 가진다.
수조 원의 연구개발 비용과 수년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핵심 제조공정이나 수율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의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유출을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수준이 아니라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경제안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 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처우와 함께 재직자·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보안교육, 연구·자문 활동에 대한 내부 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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