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5일 수요일 01:37
“모욕죄에 수사관 40명”…정부는 왜 스타벅스부터 압수수색했나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탱크데이’ 논란 76일 만에 강제수사…표현의 부적절함과 형사처벌 가능성은 구분해야

경찰이 ‘탱크데이’ 프로모션으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했다는 의혹을 받는 스타벅스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사건이 광역수사단에 배당된 지 76일 만에 이뤄진 첫 압수수색이다.
경찰은 신세계그룹이 제출한 자체 감사 자료에서 부실 조사 정황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는 수사 필요성과 별개로 정부와 경찰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탱크데이’라는 행사명과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역사적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업이 사회적 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홍보 문구를 사용했다면 사과와 재발 방지, 내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사실과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판단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경찰이 적용을 검토하는 모욕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고, 상대방을 모욕하려는 고의도 입증돼야 한다.
이번 프로모션이 특정 5·18 유공자나 박종철 열사를 겨냥해 기획됐는지, 단순한 무지와 부주의를 넘어 의도적인 모욕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도 프로모션의 모욕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본사에 수사관 40여명을 투입하는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형사처벌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사건에 이처럼 강도 높은 수사력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비례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압수수색은 단순한 자료 요청이 아니다.
기업의 내부 문서와 전산 자료, 직원 간 연락 내용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 권력의 행사다.
그만큼 범죄 혐의가 구체적이고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사정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은 앞서 한 차례 검찰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당시 임의수사를 먼저 진행하라는 취지로 영장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신세계그룹의 자체 감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을 근거로 다시 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 감사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모욕죄 혐의를 강화하는 근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 직원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감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기업 관계자들이 역사적 인물을 모욕할 고의를 갖고 행사를 기획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의 희생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용할 대상이 아니다.
역사적 상처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형사법의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면 오히려 그 가치가 정치적 수단으로 소비될 수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기업의 잘못을 엄하게 묻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권력은 여론의 박수를 받기 위해 행사돼서는 안 된다.
수사는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와 경찰이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행정기관이 기업의 사과와 재발 방지, 소비자 보호 조치를 끌어내는 대신 형사처벌과 압수수색부터 앞세운다면 모든 사회적 갈등이 수사기관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업과 개인은 표현 하나가 논란이 될 때마다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압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기업 활동과 창작, 광고와 마케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스타벅스는 이번 논란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이런 표현이 내부 검토를 통과했는지 밝히고, 피해를 느낀 이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관련 임직원의 책임이 확인되면 합당한 내부 조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역시 답해야 한다.
형사처벌 가능성조차 불확실한 사건에 수사관 40여명을 투입한 것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다른 중대한 민생·경제 범죄보다 이 사건에 강제수사를 우선해야 할 만큼 긴급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국가가 역사적 가치를 지키는 방식은 무조건 강한 처벌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법의 경계를 지키고, 수사권을 절제하며, 표현의 부적절함과 범죄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것이 민주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수사가 여론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강제수사였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경찰은 모욕의 대상과 고의성,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은 기업의 부실한 홍보보다 정부의 과잉 수사가 더 오래 남는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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