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3일 월요일 05:49
“집값은 버티고 거래만 멈췄다”…세제 발표만 기다리는 서울 아파트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매도자는 호가 고수·매수자는 계약 보류…‘거래 절벽 속 가격 상승’이 보내는 경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멈춰 섰다.
집주인은 팔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매수자는 살지 말지를 정하지 못한다.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확인한 뒤 움직이겠다며 양쪽 모두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을 단순히 ‘세제 발표 전 관망세’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거래량은 급감했는데 매물은 크게 줄지 않았고, 가격도 하락하지 않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정상적으로 만나는 대신 서로 다른 가격을 고집한 채 대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올해 1월 초 5만6천여건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5월 초 7만건을 넘어섰다.
이후 급매물이 소화되며 6만건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매물 절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집주인들이 매도를 포기했다기보다 기존 호가를 유지한 채 정책 변화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량은 빠르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4월과 5월 9천건 안팎까지 늘었다가 6월 5천건대, 7월에는 3천건대로 떨어졌다. 두 달 만에 거래량이 약 60% 감소한 셈이다.
거래가 줄었다면 가격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울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상승했다.
상승 폭은 전주 0.27%보다 축소됐지만 오름세 자체는 이어졌다. 중랑구와 노원구 등 일부 강북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세가 확대됐다.
지금의 서울 시장은 ‘거래 절벽 속 가격 상승’에 가깝다.
급하게 팔아야 할 집주인은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상당수 매물을 처분했다.
남아 있는 매도자들은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거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가격을 낮춰 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매수자의 사정은 다르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과 대출 조건까지 불확실하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등 대출 관리도 강화한 만큼, 세제개편안만 확인한다고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주식시장 변동성까지 커졌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 주식을 처분해 주택 매수 자금을 마련하려던 투자자도 결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은 세금뿐 아니라 대출금리와 주식시장, 자산가들의 현금 흐름이 동시에 움직여야 거래가 성사된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은 단순한 세율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유 부담을 높이면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거나 양도 단계의 퇴로를 열어주면 거래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개편 폭이 작다면 매도자는 호가를 유지하고 매수자는 다시 기다리는 현재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
정부도 세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세금을 강화해 매물을 유도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매수자의 자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물만 늘고 거래는 살아나지 않는다.
반대로 세 부담을 지나치게 낮추면 집주인의 버티기를 강화해 가격 상승 기대만 키울 수 있다.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에 필요한 것은 특정 방향의 강한 신호보다 예측 가능한 원칙이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다주택자를 구분하고, 보유세와 양도세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매년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이 계속되는 한 매도자와 매수자는 거래보다 기다리기를 택한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 잠시 멈췄던 매물이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거래가 살아날지는 별개의 문제다.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세제 발표 이후에도 한동안 ‘가격은 버티고 거래만 마르는’ 불편한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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