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3일 일요일 22:30
“백골이 될 때까지 경찰은 뭘 했나”…허위 종결이 남긴 참혹한 질문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실종 신고는 ‘사람을 찾기 위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국가에 알리고, 아직 찾을 수 있을 때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구조 신호다. 실종 초기 몇 시간과 며칠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과 직결될 수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 잇따라 드러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보면 그 기본 전제가 무너졌다.
지난달 2일 실종된 60대 남성 B씨의 가족은 경찰의 말을 믿었다. 담당 경찰관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재차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종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담당 경찰관 A 경장은 실제로 B씨와 연락하지 않은 채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고 거짓말한 뒤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이 지난 21일 다시 실종 신고를 한 뒤 하루 만에 B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최초 신고 후 51일 만이었다.
유족이 던진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은 그래서 무겁다.
이 사건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있다. 최초 신고 직후 경찰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색했더라면 B씨를 살아서 발견할 수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발견된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도 확인돼야 한다.
따라서 경찰의 허위 종결이 곧바로 B씨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경찰이 가족에게 ‘무사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줬고, 그 정보 때문에 가족이 정상적인 실종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게 됐다는 점이다. 실종 사건에서 국가가 제공한 허위 정보가 가족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A 경장은 지난 5월에도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을 맡았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늦은 오후부터 13일 새벽 사이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사라졌다. 가족에 따르면 장씨는 제주에서 약 10년간 생활해왔고 당시 연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실종 후 가족과 지인들은 장씨의 인상착의를 공개하며 행방을 찾고 있다.
장씨 실종 신고는 5월 15일 오후 6시43분께 접수됐다.
당시 A 경장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장씨와 연락이 됐고 무사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리고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뒤인 오후 9시16분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장씨 휴대전화에서 실종 이후 경찰관과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A 경장의 통화 기록에서도 장씨와 연락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 연락 없이 ‘연락이 됐다’고 허위로 설명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그 다음이다.
A 경장은 장씨 사건을 종결하면서 경찰의 실종자 관리 체계에서 장씨 관련 자료까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료 삭제 과정에서 장씨가 숨졌다는 의미의 ‘변사’ 항목이 입력됐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장씨는 당시 실제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행정 시스템 안에서는 실종 사건이 끝났다.
가족은 사람을 찾고 있었지만 경찰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관리해야 할 실종자가 아니게 된 셈이다.
이후 장씨의 행방은 3개월 넘게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인 8월 들어 제주시 한림항 일대 등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에 나섰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우연이라고 넘기기 어려운 공통점이 보인다.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와 연락했다고 가족에게 말했다. 실제 통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은 종결됐다.
그리고 가족은 경찰의 말을 믿었다.
경찰의 잘못이 단순한 서류 처리 실수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종자 가족은 경찰의 한마디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찾았다”, “무사하다”, “연락이 됐다”는 말은 가족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밤새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할지, 경찰의 수사를 믿고 기다려야 할지를 결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판단 근거다.
그 정보가 거짓이라면 가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중요한 시간을 잃을 수 있다.
실종 수사에서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도 같다.
휴대전화 위치, 카드 사용 기록, CCTV, 차량 이동 경로, 주변인 진술처럼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단서가 많다.
실종자의 이동 반경도 시간이 흐를수록 넓어진다. 사고나 범죄 가능성이 있다면 몇 시간의 차이가 수색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 사건을 담당자 한 명의 판단으로 너무 쉽게 끝낼 수 있었다면 문제는 특정 경찰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의 확인 시스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실종자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경찰관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는지, 상급자는 어떤 근거로 종결을 승인했는지, 시스템상 실종자 정보 삭제 과정에 별도의 검증 절차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장씨 사건처럼 실종자 관리 자료까지 사라졌는데도 수개월 동안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관리 체계 자체에 구조적인 빈틈이 있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제주경찰청은 A 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한 약 1년 동안 처리한 사건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는 단순히 또 다른 허위 종결 사건이 있는지 찾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한 경찰관이 왜 이런 일을 반복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내부 통제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미란씨를 계속 찾아야 한다.
B씨 사건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았다. 장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씨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의 책임 문제만 논의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실종자 수색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실종 사건은 서류상 ‘종결’이라는 버튼을 누른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실제로 찾았을 때 끝난다.
지금 유족들이 원하는 것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처음 신고를 받았을 때 경찰이 무엇을 했는지, 실제 수색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누가 어떤 근거로 사건을 끝냈는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누군가 사라졌을 때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경찰이다.
그런 경찰의 “무사하다”는 한마디를 가족이 믿을 수 없다면 실종 신고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다.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은 한 경찰관의 거짓말만이 아니다.
그 거짓말이 어떻게 두 번이나 사건 종결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다.
그리고 다시는 어느 가족도 “조금만 더 빨리 찾아볼 수는 없었나”라는 질문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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