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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0일 일요일 22:45

'20년 살았는데 더 살게 해달라'…장기전세 첫 만기 앞두고 서울시 '원칙대로'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최장 20년 거주 장기전세 내년부터 만기 본격화…5년간 9361가구 계약 종료 예정

'20년 살았는데 더 살게 해달라'…장기전세 첫 만기 앞두고 서울시 '원칙대로'

서울시가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해 온 장기전세주택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만기를 앞두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등 장기전세주택 단지에서 일부 입주민들이 계약 만료 이후에도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계약 연장이나 단계적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송파파인타운에서는 입주민 설명회를 통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건의할 계약 연장과 단계적 분양 전환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프트'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자는 주변 전세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을 내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현재 장기전세 입주자의 평균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6억4800만원의 약 54% 수준이다.

다만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는 최대 거주 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분양 전환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만기가 본격화하며 앞으로 5년간 총 9361가구가 최대 거주 기간인 20년을 채우게 된다.

◇ '집값 너무 올랐다'…기존 입주민은 계약 연장 요구

기존 입주민들은 최근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만큼 20년 전과는 주거 환경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광훈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권익증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기존 임차인에게 무기한 계약을 허용하고, 정부가 신규 대기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장기 거주 후 분양 전환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반면 일반분양 입주자와 신규 청약 대기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장기전세 입주자가 이미 20년 동안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 안정을 지원받은 만큼 계약 만료 뒤에는 다른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분양 전환까지 허용할 경우 기존 입주자에게 시세 차익 가능성까지 제공할 수 있어 공공임대 정책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SH '추가 갱신 불가능'…분양 전환 근거도 없어

SH는 재계약 대상자에게 '장기전세주택 최대 거주 기간 만료 예정 안내문'을 발송하고 계약 종료 시점을 사전에 알리고 있다.

SH 측은 최대 거주 기간이 종료되면 추가 갱신 계약은 불가능하며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장기전세주택과 분양 전환형 공공임대는 애초 계약 구조가 다른 만큼 기존 장기전세 입주자가 분양 전환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미현 법무법인 한별 파트너 변호사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거주하거나 향후 분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 기대를 법적으로 보호되는 공적 신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정 입주민의 요구에 따라 기존 계약 조건 자체를 변경할 경우 공공주택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기다리는 무주택자도 수만명…'순환 공급 원칙 지켜야'

장기전세주택을 기다리는 무주택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점도 서울시가 기존 원칙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지난 5월 진행된 제50차 장기전세주택 모집에서는 1154가구 공급에 평균 16.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47차 모집에서는 527가구 공급에 2만69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39.3대1에 달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20년간 주거 안정 혜택을 받은 가구가 계약을 마치면 다른 30·40대 무주택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전세주택이 일반 민간임대와 달리 도시계획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확보한 공공자산이라는 점도 쟁점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특정 입주자에게 혜택이 장기간 귀속되면 장기전세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용도지역이나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정책 취지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 '20년은 사회적 약속'…취약계층 지원은 과제

서울시는 만기를 맞은 장기전세주택을 새로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정해진 '사회적 약속'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년 거주 원칙에는 예외를 두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계약 종료 이후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 가구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거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연계나 주거급여, 이주 상담 등 기존 주거복지 제도를 활용해 갑작스러운 주거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실이 쌓인 지식산업센터 등을 주거가 가능한 준주택으로 전환해 취약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기전세 첫 대규모 만기는 단순한 개별 임대차 계약 문제를 넘어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을 기존 입주자에게 얼마나 오래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한정된 공공주택을 새로운 무주택자에게 어떻게 순환 공급할 것인지를 둘러싼 정책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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