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1일 화요일 22:29
'쿠팡만 때린다?'…공정위가 꺼낸 답은 '네이버도 똑같이 본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플랫폼 규제 둘러싼 한미 갈등 가능성 속 비차별 원칙 강조…배달앱 수수료·시장지배력 규제도 강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6487292987-876307087.webp)
쿠팡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한국 정부가 미국계 기업인 쿠팡을 유독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1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쿠팡이라고 해서 차별적으로 법 집행을 하지는 않는다''며 ''쿠팡이든 네이버든 어떤 온라인 사업자건 국내외 똑같이 비차별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국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플랫폼 규제가 국내 정책 문제를 넘어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 등을 두고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이라는 취지의 중간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쿠팡 관련 사건 상당수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전부터 조사돼온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공정위가 강조하는 논리는 ''쿠팡이라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조사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구글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법무부(DOJ)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 규제 역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쟁정책 원칙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플랫폼 기업은 이제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아니다. 검색과 쇼핑, 배달, 광고, 결제까지 소비자의 일상 대부분을 연결하는 거대한 유통망이 됐다.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면 입점업체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공정위가 최근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배달앱 시장에서는 수수료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는 영세·중소 음식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정보 제공 의무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규제 비용이 라이더에게 넘어가는 것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기사 수입을 줄이는 식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반복적인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이 발생할 경우 단순 과징금을 넘어 사업 양도나 지분 매각 같은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강한 규제다.
그동안 공정위 제재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중심이었다면 구조적 조치는 기업의 사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엄포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장 구조를 반복적으로 이용해 소비자나 경쟁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아예 그런 행동을 하기 어렵도록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 규제의 핵심은 결국 균형이다.
규제가 너무 약하면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쿠팡과 네이버, 구글처럼 사업 영역이 다른 기업을 어디까지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는지도 앞으로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정위가 이번에 분명히 한 원칙은 하나다.
기업의 국적이나 이름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행동을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든 네이버든 구글이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메시지다.
향후 관건은 이 원칙이 실제 사건에서도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말 그대로 ''똑같이 보겠다''는 선언이 실제 제재 과정에서도 유지된다면 플랫폼 규제에 대한 불필요한 통상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기업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인식이 커질 경우 국내 플랫폼 규제는 다시 정치와 통상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쿠팡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와 배달앱, 구글까지 포함해 앞으로 한국의 플랫폼 시장을 어떤 원칙으로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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